어제 오후, 밤나무 밭에 들렀다가 조생종 알밤들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바구니를 찾아 들고 가서 올해 처음으로 알밤을 주웠습니다.
이제 한 달 간의 알밤 파티가 시작된 것입니다.
어부동 연꽃마을엔 세 품종의 밤나무가 약 스무 그루 정도 있어서
9월 첫 주간부터 10월 첫 주간까지 알밤을 떨어뜨립니다.



9월에 들어섰을 때만 하여도 밤송이들이 아직 녹색이어서
올해는 좀 늦게 밤이 익으려나 싶었는데
역시 계절을 속일 수는 없나 봅니다.
작년 일기를 보니 9월 3일에 첫 알밤수확을 해는데 거의 비슷합니다.



밤 알이 썩 굵지는 않으나 그래도 첫 수확을 한 것이어서
기쁨으로 들고 왔습니다.
연꽃마을 스탭들이 알밤을 보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거친 가시가 뒤덮인 밤송이 속에 들어 있는 알밤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경이롭습니다.
저 날카로운 가시 덕분에 적어도 완전히 익어서 땅에 떨어질 때까지는
알밤이 무사한 것입니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알밤을 청설모나 다람쥐가 부지런히 물어다
사방 곳곳 땅속에 저장을 하였다가 겨우 내내 양식으로 삼는데
건망증 다람쥐들로 인해 미처 파먹지 못한 알밤들이
봄이면 싹을 틔운 까닭에
산지기집 일대 야산이 점점 밤나무밭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연꽃마을 현관 앞에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몇 개의 화분이 놓여 있는데
방문객들이 요즘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웃음짓곤 합니다.
화분 하나에 조그만 수박들이 매달려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수박은 일부러 심은 게 아니라 지난 여름에 누군가 수박을 먹다가
씨앗을 현관 앞 운동장에 뱉었는데 그게 싹을 틔워 자라난 것입니다.
그런데 거름기가 없는 마사토 운동장인 때문인지
꽃이 피고 결실을 하기까지는 했는데 수박 열매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기껏해야 지름이 10cm 남짓 됩니다.
자그마한 수박들이 화분에 매달려 자라고 있으니
사람들 눈에 신기한가 봅니다. 다들 그것을 보고 탄성을 지릅니다.

제일 먼저 달린 수박은 이미 다 익은 것 같습니다.
손가락으로 튕기면 탱탱 맑은 소리가 납니다.
이걸 어떻게 하나 고민입니다.
그냥 내버려 둬? 따 먹어?

일부러 작정하고 심은 수박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자란 수박 덩쿨 두어 개가 우리에게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잡초처럼 여겨 뽑아내지 않고 그냥 두었더니
우리들에게 이런 즐거움을 선물해 주고 있습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날씨입니다.
연꽃마을은 밤에는 좀 두꺼운 이불을 덮어야 할 만큼 쌀쌀해졌습니다.
어제는 종일 부슬부슬 비가 내렸는데 토요일인 오늘은 쾌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