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금), 22(토) 주말입니다.
금요일에 미리 오시는 여섯 팀을 비롯하여 이번 주말에도 12 사이트 예약이 꽉 찼는데,
당일인 금요일 아침부터 눈발이 거세져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일기예보로는 하룻동안 많아야 1cm 남짓 눈이 올 거라고 했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 지 한 시간 지났는데 벌써 2cm 적설량을 보였고,
하늘은 온통 회색빛으로 앞으로 상당한 눈이 더 내릴 것 같아서
아무래도 금요일 캠프는 취소를 시켜야 할 것 같았습니다.
오후 세 시까지 지켜보고 핸드폰 문자로 통고를 해드릴 작정이었는데,
오후 두 시 경에 그 눈발을 뚫고 청주에서 한 가정이 달려왔습니다.



눈이 내려도 조금도 아랑곳않고 태연히 텐트를 칩니다.
한 팀이라도 일단 오면 캠핑장 문 못 닫습니다.
그 한 팀만을 위해서라도 모든 시설을 가동해야 합니다.
온수 샤워실, 화장실 난방, 개수대 전기순간온수기, 개수대 연탄난로...
게다가 이미 상당히 쌓여 있는 눈을 치워드려야 하고,
오르막 내리막길 눈도 다 치워야 합니다. ㅎㅎ

일단 한 팀을 위해 10번 사이트 눈을 치워드립니다.
계속 내리는 눈으로 운동장 눈이 두꺼워지고 있는데,
얼마 후엔 또 다른 한 팀이 청주에서 연꽃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결국 캠핑장 문 닫는 거 포기하고(^^), 그 팀을 위해 열심히 제설작업을 합니다.
파쇄석이 깔린 운동장 바닥 제설작업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눈을 밀고 나가는 것이 정말 중노동입니다.
자꾸 돌에 걸리고, 더 힘을 주면 돌도 같이 밀려갑니다.

보아하니, 나머지 팀들도 다 올 것 같습니다.
눈이 와도 날이 아무리 매섭게 추워도, 이 사람들 말릴 사람 없다는 걸
저희 스탭들도 이젠 알게 되었습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캠핑장 전체 제설작업에 돌입합니다.
무슨 수를 내야지... 올 겨울엔 눈이 많이 올 거라는데...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긴 합니다.
운동장 캠핑 사이트 눈 치우다가 아무래도 우리 스탭들 올 겨울 못 넘길 것 같으니...
다음 주부턴 그 방법을 써보려고 합니다.



결국... 금요일에 네 팀이 오셨고,
토요일에 여섯 팀이 오셔서 운동장 주변을 다 둘러쌌습니다.
애초엔 열두 사이트 예약이 꽉 찼는데,
당일에 가족 중 몸이 아파서 두 팀이 못오셨습니다.
눈이 와서, 혹은 너무 추워서 못온 게 아니라,
몸이 아파서 못온답니다.
여하튼 <정신 나간> 캠핑사랑 가족들, 저희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됩니다.



토요일 밤은 또 춥기도 추웠습니다.
호숫가로부터 불어오는 칼바람은 또 얼마나 거센지....
아마도 일요일 새벽녘 최저기온이 영하 9도는 넘었을 것입니다.
간밤에 눈까지 내려서 아침에 도로의 눈을 치우는데,
체감온도가 영하 십 몇 도는 되는 것처럼 살을 에는 추위였습니다.
그래도 간 밤에 얼어서 돌아가신 분 한 사람도 없이,
아침 해가 뜨니 텐트 속에서 한 사람 두 사람 살아서 밖으로 나옵니다.



토요일엔 바람이 제법 불어서 연날리기도 하셨습니다.
골짜기 속에 파묻힌 연꽃마을 캠핑장의 지형적 특성상 연날리기가 쉽지 않은데
토요일 오후에 한두 분은 운동장에서 하늘 높이까지 연을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12월 21,22, 23 주말 캠핑도 사고 없이, 무사히 잘 치렀습니다.
이번 주말엔 아이들 숫자도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 상영 때 모인 아이들 숫자가 21명이었으니...
연 논의 얼음이 아직 완전히 딱딱하게 얼진 않았고,
눈썰매를 탈 만한 상황도 안 되어
결국 겨울 체험행사는 못했습니다.
감나무에 달린 감홍시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감따기를 시도하려 했으나
상당한 추위로 꽁꽁 얼었던 감홍시가 주중에 내린 비로 인해 거의 녹아버려서
감홍시 따기 체험을 취소해야 했습니다.

다음 주부턴 얼음이라도 잘 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눈은... 사절입니다.
12월 첫주부터 계속된 폭설, 빙판길 치우다가
지금 저희 스탭들 물리치료 받고 있습니다.
동계 캠핑 자체를 중단하는 여부도 고민이 될 정도입니다.
일요일 아침 제설작업 땐 사무장의 열살짜리 아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그나마 간밤의 눈은 수분 함유가 적은 마른 눈이어서 치우기가 수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