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 토요일 체험행사는
오래 전에 잡힌 사무장의 외부 강연 일정 때문에 1시간 반 내로 마쳐야 해서
좀 더 여유 있게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고구마도 밭에 남은 분량이 얼마 안 되어서 한 사람 앞에 한 포기 밖에 캐지 못했고
(물론 고구마 하나가 아이들 머리만큼 커서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지만)
감도 두어 개 정도만 딸 수 있었습니다.
슈퍼으름도 한두 개씩 수확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네요.
낚시는 꿈도 못 꾸었고,
야간에 어린이들을 위해 항상 틀어주는 영화도 상영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오신 가족들께는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농촌체험장 운영 왕초보자의 실수가 거듭되고 있습니다.
10월 마지막 주간에는 감 따기와 낚시 체험을 떠났는데
다녀와서 텐트를 돌며 체험비를 거두니 3만 5천원이 나왔습니다. 7명분!
사진에 찍힌 아이들만 열 세 명인데.... ㅎㅎㅎ

그래서 어저께 토요일엔 출발 전에 미리 텐트를 돌며
체험행사 참여할 분들 체크하며 미리 체험비 5천원씩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되어 종을 울리고 차에 타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우르르 몰려와서 차에 다 올라탄 사람 숫자가 무려 열 여섯!!!!
체험비를 낸 사람은 아홉인데!!!
정말 난감한 상황입니다.
아이들이 몰려가니 미처 체험비를 안 낸 아이들도 냅다 타버린 것입니다.

"돈 안 낸 사람? 그 사람은 못 가요. 내리세요" 이런 말은 차마 못합니다.
기분 좋게 탔다가 다시 내려서 텐트로 돌아가야 하는 아이들 심정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 말이 입밖에 안 나와서....
'에라! 그냥 가자! 조금씩 교대로 나누어서 하면 되지. 체험비는 나중에 받아도 되고...'

결과적으로 부모들이 체험비 5천원씩 낸 아이들만 좀 손해(?)를 봤습니다.
밭에 남은 고구마도 호미도 모자라서
딸랑 한 포기씩 맡아서 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너그러운 분들이야 허허허 웃고 말 수도 있지만
까다로운 부모님들은 정색을 하고 항의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주엔 방법을 바꾸려고 합니다.
미리 체험비를 받으며 체험 티켓을 발행해야겠습니다.
출발할 때는 티켓을 가지고 온 사람만 차에 타도록 해야겠습니다. ^^

다음 주에는 감 따기 행사를 합니다.
감 따는 도구도 좀 더 많이 만들어 두려고 합니다. 우렁잡기도 할 예정입니다.
만약 비가 오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체험행사를 궁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운영 초기여서 체험행사도 어설프고 해서 체험비로 1인당 5천원을 받는데
이게... 이렇게 해선 인건비는 커녕 본전이 안 나오는군요. ㅎㅎ
기를 쓰고 돈을 벌자고 하는 일도 아니고,
다만 주말에 시골에 온 아이들 즐겁게 해주고 자연을 경험케 하는
봉사 차원에서 열심히 놀아주고는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정식으로 체험행사를 맡아서 진행할 스탭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쾌적하고 조용한 주말 캠핑을 위해선 현재의 적정량 (12 사이트)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니 체험객 가족은 제한되어 있고,
설령 체험비를 올린다고 하여도 스탭 한 사람의 인건비가 나오지 않으니
앞으로의 숙제입니다.
어쨌든 어설프지만,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모님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두 주째 오신 분도 그렇지만
세 주 연속으로 오고 계시는 가족은... 좀 심하십니다.
이제 아이들 즐겁게 해 줄 밑천이 바닥을 슬슬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 때문에 연구를 안 할 수가 없게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