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동 연꽃마을 사무장입니다.
오늘은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이 오질 않아 밤새 뒤척이다가
연꽃마을 사무실 안에 친 텐트 안에서
이런 길다란 넋두리를 쓰고 있습니다.

저는 <어부동 연꽃마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폐교였던 이곳이 3년 전, 마을에 의해 매입되어
농촌체험장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을 때
그 시작 단계 때부터 이 마을사업의 추진위원 중 한 사람이었고,
실은 이 공간이 폐교였을 때, 마을에 매입되기 직전까지 13년간을
군교육청으로부터 임차하여 사용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13년을 사는 동안 저는 이제 이 마을의 주민이 되었고,
이 어부동 마을이, 특히 폐교 일대는 또 다른 고향이 되었습니다.

법수1리는 마을 가구 수가 10호 조금 넘는 매우 작은 마을입니다.
우리 주민들이 환경청에서 주관한 마을기업사업에 공모하겠다 하였을 때
마을 주민 일부는 물론이고, 인근 마을, 심지어 면과 군에서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다들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작은 마을에서 두 번의 각기 다른 마을기업 사업 공모에 선정이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무려 19억이 넘은 예산을 배정 받아
폐교를 매입하여 낡은 건물을 허물고 체험장과 펜션 등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고,
주변에 각종 연과 수련, 수생식물들이 식재된 연꽃단지를 조성하였으며,
테크 산책로까지 아름답게 조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폐교가 마을에 매입되어 리모델링이 되면서
저희를 비롯하여 폐교에 있던 기관과 가정들이 불가피하게 이사를 나가야 했고,
(운영위원 여섯 중 두 사람이었습니다)
마을이나 인근 마을에서 거처와 사무실 공간을 얻어보려고 애썼지만
결국 빈 집을 얻지 못하고, 다들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게다가 폐교 자리는 상수원보호구역에 속하는 지역이어서
펜션, 스탭 숙소 같은 숙박시설 건축이 불가능하였습니다.
(펜션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이유입니다.)
저희는 3km 떨어진 옆마을 대전시 동구 오동으로 이사를 했고,
애초부터 폐교에서 농촌체험장 운영의 꿈을 꾸고 이 마을로 왔던 힘찬이네는
7km 떨어진 다른 마을로 이사를 나갔습니다.

어쨌든 지난 3년간 사업이 착착 진행되어 이제 기반시설들을 갖추었습니다.
문제는 <사람>입니다.
저희도 이사를 나갔고, 힘찬이네도 이 마을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연 관련 영농(연근, 연꽃차, 연잎 차 등)이야 주민들이 할 수 있지만,
농촌체험장 운영은 남은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참여는 가능하지만, 책임을 맡고 주도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외부에서 운영책임자를 영입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되고 또 추진되었으나
여러 면에서 여간 복잡하고 여러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재정과 관련된 여러 문제입니다.
외부인의 경우, 기존 주민들과의 정서적 갈등도 적잖은 문제였습니다. )

시설은 다 갖추어 졌는데 농촌체험장 운영이 한 해 동안 겉돌고 있고,
주민들이 나름대로 틈틈이 관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어
연과 수련을 심은 논의 논둑엔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상주하는 관리인 없는 체험장엔 아무나 들락거리며 사용하였습니다.

이장님과 동네분들도 마음이 답답하셨겠지만,
가장 속상하고 답답하고 안타까운 사람은 실은 저였을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 페교 자리에서 13년을 산 사람이니 말입니다.
지난 3년 동안도 이 마을 외딴집에 여전히 제 개인 작업실을 가지고 있으니
16년을 이 마을에서 지낸 주민이기도 합니다.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사실은 가족들은 물론이고 같이 일하는 스탭들이
다 간절히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작년 10월부터 이 연꽃마을 체험장의 사무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적절한 책임 운영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제가 체험장을 관리하고 운영하기로 나섰습니다.

저는 따로 하고 있는 일이 있는 사람입니다. 늘 바쁩니다.
농촌체험장 일을 직접 운영한다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어부동 마을과 연꽃마을(농촌체험장)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에,
차마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총대를 메고는
나름대로 발버둥을 치며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일하는 스탭들도 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돕고 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저를 간절히 말리고 있지만,
저는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와서 주말을 지내며
이 농촌 호숫가 시골에서 뛰어놀며 보내는 것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아저씨 아저씨” 하며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도 예쁩니다.
같이 감도 따고 고구마도 캐면서, 즐겁습니다.

제가 연꽃마을 사무장을 맡은 지 넉 달이 지났습니다.
감사하게도 이제 연꽃마을은 주말 체험객들을 위한 캠핑장으로
자리가 잡혀 가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주말 캠핑장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맡은 10월부터 지금까지 주말이면 연꽃마을 운동장은
열두 사이트의 캠핑 가족들의 텐트와 차량으로 가득 찹니다.
이 추운 한겨울에도 열두 사이트가 만석입니다.
일행이라며 밀고 들어오는 분들로 인해
두 주 전 주말엔 무려 열 다섯, 지난 주도 열 세 팀이 오셨습니다.
아담하고 오붓해서 다들 좋아하십니다.

아주 그럴 듯해 보입니다.
지난 주엔 누군가 어느 캠퍼께서 그러셨습니다.
“장사가 아주 잘 되네요.”
네, 아주 잘 됩니다.
앞으로도 쭈욱 주말이면 이렇게
주말 캠핑 가족들로 가득 찰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벌써 벚꽃 피는 4월에 예약자들이 예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이 농촌체험장의 사무장으로서,
주말 캠핑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장님과 운영위원들과 상의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주말 캠핑장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간 운영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주말마다 운동장이 가득 찹니다.
제한된 공간이어서 열두 사이트가 전부인 미니 캠핑장이니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캠핑 텐트들로 매주 가득 차는데,
그래서 누가 봐도 뭔가 엄청나게 잘 될 것 같은데,
어느 아이는 저에게 “아저씨, 저도 나중에 캠핑장을 하고 싶어요.
왜냐구요? 돈을 많이 벌 수 있잖아요” 하였는데,
그러나.....
어부동 연꽃마을 주말 캠핑장은....
이런 천박한 용어를 써서 송구스럽습니다만
저희 동네 <밥벌이>가 전혀 안 됩니다.
4개월간의 운영 결과, 내린 결론입니다.

저는 어차피 돈을 벌 목적으로 이 일을 맡은 사람은 아니니
별다른 수입이 없어도 당장은 어느 정도 묵묵히 봉사할 수 있겠지만,
같이 이 일을 하는 분들 인건비를 주지 못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난 넉 달 동안, 30만원 인건비를 지출한 게 전부입니다.

어떤 분들은, 주말마다 캠핑족들로 가득 차니까
제법 되는 수입이 발생하는 것으로 아시지만,
조금만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총 수입이 금방 나옵니다.
텐트 하나 당 2만원입니다.
열두 사이트가 다 차면 한 주에 24만을 벌고,
한 달 네 주면 100만원을 법니다.
금요일에 절반이 찬다고 해도 연박 할인 혜택 때문에
120만원 정도 수입이 들어옵니다.
장작도 떼다 팔고 등유도 팔고 하지만
그런 건 수입을 위한 것이라긴 보단 서비서에 가깝습니다.
한 달에 그런 것 팔아서 몇 만원 남습니다.
고구마는 한 봉지에 4,995원에 사와서 5천원에 파는 식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비싸다고, 깎아 달라고 하십니다. 푸하핫!
참나무 장작도 싣고 오는 운송비까지 합치면 한 단 팔아서
1-2천원 남습니다. 그래도 비싸다고 하십니다.
(이것도 한꺼번에 많이 떼와야 좀 더 남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봐도 참나무는... 좀 비쌉니다.)

펜션이 있지만, 우습게도 지난 12월, 1월은
펜션 수입과 난방 기름값이 비슷했습니다.
군에서 한 공사가 날림이어서인지 집이 너무 추워
보일러가 계속 돌아가야 합니다.
다른 방은 지글지글 끓어도 방 하나는 냉골이어서
아예 대여를 하지 못합니다.
예약 시스템에서 펜션 3개 중 하나인 staff 방이 실은 그 방입니다.
그래서 지난 달은
전기밥솥, 동파 수도꼭지 교체, 이불 추가 구입 등을 제하면
수입.... 거의 없습니다. ㅎㅎㅎㅎㅎ

어쨌든 지난 넉 달 동안,
매월 평균 수입이 190만원 정도였습니다.

수입은 이런데
이번 1월에 나간 전기요금만 40만원이 넘었습니다.
시설 운영 유지비(비품, 개수대 온수기 등 시설 보완,
연탄난로 연탄값, 동물사료비) 등은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체험비 수입요????
네, 너무 많아서 주체를 못할 지경입니다(농담인 거 아시지요?)
이 한겨울 이곳 농촌체험은 눈썰매, 얼음썰매가 전부인데,
기온과 날씨가 받쳐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
캠핑오신 분들이 눈썰매, 얼음썰매를 직접 가지고 오는 경우도 많으며,
썰매장 장소 사용료(?)라도 받으려고 하면
“아니, 눈이 저절로 내려서 생긴 썰매장이고,
날씨가 추워서 논에 댄 물이 저절로 얼어서 생긴 얼음인데
이걸 돈을 받아요?” 하며 화를 내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이고, 너무 무섭습니다.

주말 사흘간의 캠핑장을 운영하기 위해선
일주일 중에 최소 나흘에서 닷새를 지키고 일해야 합니다.
주말 이틀간은 한 사람이 무조건 24시간 캠핑장에 머물러야 합니다.
월요일 하루는, 이분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분리수거,
사이트 및 화장실 청소, 펜션 청소에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합니다.
폭설이라도 내리면 일주일 내내 눈 치우다 지칩니다.
12월은 스탭 두 사람이 입에 거품이 나도록 눈을 치웠습니다.
마을 경삿길이 매우 길고, 캠핑장, 얼음썰매장 눈도 치워야 합니다.
텐트를 쳐야 할 사이트에 눈이 있으면 대부분 짜증을 내십니다.
그런데 운동장이 파쇄석이라 제설작업이 정말 어렵습니다.
한 사람은 결국 한 쪽 팔 인대가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흘 나흘을 달라붙어 일을 해도
이 캠핑장을 운영해서 인건비조차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거액을 따내와서 시설을 이렇게 잘해놓고
체험장을 운영해서 마을에도 소득이 돌아가야 하는데
캠핑장 운영으론 꿈도 못 꿉니다.

어차피 캠핑장 이용료는 거의 정해져 있는 것이고,
제대로 된 체험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여건 때문에
체험비 수입이 미약한 것이 수입이 적은 가장 큰 이유겠지만,
문제는, 캠핑장을 운영하는 한
제한된 캠핑 가족들 인원으로는 앞으로도
별 뽀쪽한 돌파구가 없을 거라는 예측입니다.

자, 여기서 저희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주말 캠핑장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냐?

현재와 같이, 캠핑장 운영만으로는 유지가 안 됩니다.
공간의 제한 때문에 무리하게 사이트를 더 늘릴 수도 없습니다.
억지로 몇 사이트 더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어차피 캠핑장은 최소한 20 사이트는 되어야 유지되고,
30 사이트는 되어야 정상적으로 수익이 나옵니다.
어부동 연꽃마을 같은 미니 캠핑장으로서는
수익을 낼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농촌체험장으로서의 어부동 연꽃마을이 살 길은
이름 그대로 농촌체험객들의 체험비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많은 체험객들이 와야 합니다.
많은 체험객들을 유치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큰 돈 버는 데에 별 관심이 없지만,
마을을 생각하면, 사무장으로서 나름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마을에 많은 소득을 발생시켜야 합니다.

문제는, 많은 체험객들을 유치하려면 주차장 시설이 필수적이고,
또 일시도 방학이 아닌 평일에는 주말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주말이면 연꽃마을 운동장에 텐트와 캠핑 가족들 차량이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 체험객들은 체험 프로그램을 마치면 돌아가기에
공간이나 시설 사용에 순환이 생기는데
캠핑 가족들은 이틀이나 하루를 텐트를 치고, 차를 주차하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무르고 있습니다.
시간으로는 22시간이라고는 하지만,
날짜로는 이틀간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외부 체험객들이 와서 이용할 공간, 여유가 없습니다.

무언가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좀 더 신중하게 의논하고 검토를 해야겠지만,
너무 시간을 끌지 말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부동 연꽃마을 캠핑장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는 아쉬운 일이겠지만
주말 캠핑장이 혹 문을 닫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캠핑장 장사(?)가 안 되어서가 아니라 너무 잘되어서 말입니다.

그렇게 될지도 모를 것을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서운합니다.
저는 주말 캠핑 가족들을 섬기는 것이 참 좋습니다.
예전엔 캠핑 다니는 사람들 이해를 못했는데
지난 넉 달 동안 직접 경험하면서 제 인식이 대폭 바뀌었습니다.
캠핑 다니는 분들의 의식도 예전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린 자녀들과 같이 온 가족이 와서 주말을 보내는 것이
너무도 귀하게 보입니다.
여기 어부동 연꽃마을이 어떤 재정적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마을 기업 시설이 아닌 제 개인 사설 시설이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캠핑 가족들을 섬기면서
이후로 쭈욱 노년을 보내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이 농촌체험장을 누가 맡는다 하더라도
마을에 무슨 수익을 보태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최소한 한 가정은 먹고 살고 애들 학업을 시켜야 할 텐데
그 만큼의 수익을 발생시키려면
캠핑장 운영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하절기를 생각하면
캠핑장 바닥도 시설 보완이 필수적이어서
앞으로 꽤 많은 재정이 더 투입되어야 할 텐데,
그리고 체험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위해
상당액의 재정을 더 투자해서 여러 가지 설비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것도 숙제입니다.

이런 저런 넋두리를 늘어놓다 보니 날이 샜습니다.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캠핑 가족 여러분께서
저희에게 나누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주말 캠핑 사이트 하나 당 10만원씩 받으세요” 그런 거 말고...